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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로지르는 첫 문장_칼의노래

  • Seungwon_Chae
  • 2019년 1월 27일
  • 1분 분량

요즘 소설의 첫 문장에 침잠하고 있습니다. 요는 김훈의 <칼의노래>의 도입입니다. ‘버려진 섬마다 꽃은 피었다.’ 고 쓰인 글을 ‘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.’로, 수일의 고민 끝에 바꾸었다고 그는 말합니다.


버려진 섬임에도 ‘꽃은 핀’ 세계는 주관적 가치의 세계입니다. 조사 ‘은’은 단단히 조여오면서 시체와 쓰레기로 가득 찬 바다에 꽃은 피어나고 있다는 인식과 시선의 세계를 드러냅니다. 이 세계에서 이순신은 삼도 수군 통제사에 박제될 뿐이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습니다.


버려진 섬마다 꽃이 핀 세계는 객관적 사실을 기술한 언어의 세계입니다. 오직 이 세계에서만, 수사를 거세하고 삶의 사실만에 입각한 칼 찬 인간의 모습이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.


‘은’의 세계에 두루 있던 자를 ‘이’의 세계로 끌어와 글은 흘러가는데, 읽기를 마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면 그 느낌이 새롭습니다. 그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문장에 담겨 있습니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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